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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언어

모든 화학자들은 공통의 화학 언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의 알파벳은 원소기호이고, 단어는 분자식이고, 단어 풀이는 구조식이며, 문장은 화학반응식이다. 화학 언어로 인해, 화학에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학 물질의 조성과 성질, 그리고 화학 반응을 쉽게 쓰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화합물 명명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여러 화학물질의 이름에는 연금술사들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이름들이 사용되었다. 알가로트 가루(powder of algaroth: SbOCl)), 투르비트 광물(turbith mineral: HgSO42HgO), 콜커타르(colcothar: Fe2·O3), 아연의 꽃 (flowers of zinc: ZnO), 안티모니의 버터 (butter of antimony: SbCl3), 비트리올의 기름(Oil of vitriol: H2SO4) 등이 그 예이다.

 

동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주사(朱沙: HgS), 밀타승(密陀僧: PbO), 철단(鐵丹: Fe2O3), 아연화 (亞鉛華: ZnO) 등이 화합물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이들 이름이 아직도 간혹 사용되고 있으나, 괄호 속의 화학식이 없다면 이들 물질의 구성 원소나 상호 연관성을 짐작할 수는 없다.


 

 

물질의 화학적 특성과 구성 성분을 나타내는 새로운 화합물 명명법은 1787년에 프랑스 변호사 기통 드 모르보 (Louis-Bernard Guyton de Morveau: 1737~1816)와 라부아지에(Antonie Laurent Lavoisier: 1743~1794) 등에 의해 제안되었다. 이들은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이 제안한 모든 순수한 화학 물질은 2가지 이상의 원소로 분해될 수 있는 화합물과 (당시로서는) 더 이상 분해시킬 수 없는 원소로 나눌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이에 따라 화합물의 이름은 성분 원소의 이름을 합쳐 지었다. 

 

산소, 수소, 질소는 이들의 화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그리스어를 사용하여 이름 지었다. ‘불 공기’ 또는 ‘탈프로지스톤 공기’라 불린 기체를 산소(oxygen)라 이름 지었다. 이는 산소가 모든 산의 한 가지 구성 원소라 믿고 산(oxy)을 만드는 것(genes)이란 뜻으로 지어졌다. 염산(당시 이름은 muriatic acid) 등 일부 산은 산소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뒤에야 알려졌다. ‘가연성 공기’는 물(hydro)을 만드는 것이란 뜻으로 수소(hydrogen)라 이름 지었다. ‘역한 공기’인 질소는 처음에는 생명(zoe)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 않다는 뜻에서 아조트(azote)로 하였으나, 곧 화약의 중요한 성분인 초석(nitre; 硝石: KNO3)을 만드는 것이란 뜻의 ‘nitrogen’로 변경되었다. 일본과 우리는 질식시키는 기체란 뜻에서 질소(窒素)로 한 듯하다. 현재에도 질소 원자가 들어있는 화합물에 아자(aza)을 붙이고 –N=N-기를 아조(azo)기라 하며, 질산을 초(硝)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숯을 탄소(炭素: carbon)라 하였으며, 유황 (sulfur)은 종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라부아지에 등은 산화물(oxide), 황화물(sulfide), 산, 그리고 염의 체계적 명명법을 이들을 구성하는 중심 원소이름의 어간에 접미어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또한 같은 원소에서 만들어진 산과 염에서 산소 양이 다른 것을 이름으로 구분하였다. 예로, 유황 (sulfur)에서 만들어지는 황산(sulfuric acid: H2SO4)와 아황산(sulfurous acid: H2SO3)을 구분하였으며, 이들의 염인 황산염(sulfate)과 아황산 염(sulfite)도 구분하였다. 현대적 화학 언어의 대변혁은 원소기호의 창안으로 일어났다.

 

 

 


원소기호는 1814년에 스웨덴 화학자 베르셀리우스(Jöns Jakob Berzelius: 1779~1848)가 창안하였다. 고대 연금술사들도 화학 물질을 기호로 나타내었다. 금은 원으로, 은은 초승달로, 그리고 유리는 두 개의 원을 직선으로 연결하여 나타내었다. 베르셀리우스는 ‘화학 기호는 쓰기에 아주 편리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원소기호를 만들었다. 각 원소의 라틴명 또는 관용명의 첫 글자를 원소기호로 채택하였다. 다만 첫 글자가 다른 원소의 것과 같을 때는 첫 글자와 공통되지 않은 다음 글자를 합친 것을 사용하였다. 약간의 예외가 있는데 텅스텐과 수은이 그 예다. 텅스텐(tungsten)은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 (중석: 重石)을 뜻하는 것인데, ‘T’로 표기하는 대신 이 원소를 처음으로 분리한 광석인 철망간중석(wolframite)에서 ‘W’를 택해 기호로 하였다.  수은(mercury)의 원소기호 ‘Hg’는 라틴어로 액체 은 (hydrargyum)에서 나왔다. 베르셀리우스는 원소기호를 사용하여 화합물을 기호화하였다.

 

 

2개 이상의 원자가 결합한 물질의 가장 기본적 단위는 분자이다. 분자의 구성원소와 상대적 비를 나타내는 것이 분자식이다. 분자가 구분되지 않은 고체에서는 분자식 대신 화학식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2가지 원소로 구성된 물질의 화학식 또는 분자식에는 금속 또는 양성인 원소를 먼저 적도록 하였다. 동일한 원자가 여러 개 들어있는 경우는, 그 수를 아래 첨자로 원소 기호 다음에 적었다. 즉 산화납 (lead oxide)는 PbO로, 이산화탄소 (carbon dioxide)는 CO2로 적는다. 두 개 이상의 화합물이 같은 분자식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이성질체라 하는데, 분자에서 원자들의 배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들의 배열과 순서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구조식을 사용한다. 예로 화학식 C2H6O을 갖는 화합물로는 구조식이 CH3CH2OH인 에틸 알코올과 CH3OCH3다이메틸 에테르가 있다. 구조식은 다음과 같이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분자들의 화학 반응을 분자식으로 나타낸 것이 화학 반응식이다. 예로 포도당 (C6H12O6)의 연소반응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괄호 속의 은 해당 물질이 고체, 기체, 액체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 반응식은 1분자의 고체 포도당이 6 분자의 기체 산소와 반응하여, 6분자의 액체 물과 6 분자의 기체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는 것을 기호로 나타낸 것이다.

 

 

 

보다 복잡한 구조의 화합물들이 발견되고 합성됨에 따라 이들을 체계적으로 기호로 표시하고 명명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1892년 유럽 9개국 화학자들은 ‘제네바 규약’으로 유기화합물의 체계적 명명법을 마련하였다. 1919년에 설립된 ‘국제 순수 및 응용 화학기구 (IUPAC)’는 원소 및 화합물의 명명법의 보완과 개정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로 된 명명법을 각 나라의 말과 글로 옮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비교적 간단한 화합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의 다른 이름이 사용되고 있으며, 복잡한 분자의 경우에는 이름이 몇 줄씩이나 되는 불편함이 있다. 예로 아크릴 섬유,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의 중요한 원료가 되는 비교적 간단한 분자인 아크릴로니트릴 (acrylonitrile: CH2=CH-CN)을 보자. 이의 또 다른 이름으로 ethenylnitrile, 2-propenenitrile, cyanoethene과 vinyl cyanide가 사용되고 있다.

 

이 화합물은 2차 대전시, 한 회사가 비닐시아나이드 (vinyl cyani de)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철도회사에 운송을 부탁하였으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후 acrylonitrile란 이름으로 바꾸어 성공적으로 운송하여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일이 있다. 처음 이름 속에 들어 있는 ‘cyanide’가 독극물인 청산가리 (potassium cyanide: KCN)을 연상시켜 운송이 거절당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살충제 DDT는 영어로만 80 가지 이상의 다른 이름이 있다.

 

해당 분야에 깊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들이 같은 물질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이 특허 심사나, 국제 무역의 통관 과정에서 물질을 검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 화합물을 코드화하는 것을 일부 추진 중이다. 최근의 정보 기술로 코드를 검색하면 분자식, 각종 이름, 성질 등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수백만 가지의 화합물에 대해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사용하게 하는 코드를 어떻게 만드는가는 어려운 과제이다.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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